꿈, 또 다른 나.



[ 고어 및 유혈 소재가 있습니다. 트리거 주의 부탁드립니다. ]









눈 앞이 붉게 물들어 갔다.
무언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똑같은 꿈을 꾼 지 8일이 지났다.
무언가에 쫓겨 도망치다, 잡히고, 먹혀, 내가 침식 되어 가는 꿈.
진짜로 내가 무언가에 먹힌다거나, 죽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생생한 꿈과 일어나면 뇌리에 박히는 기억들 때문에
일주일이 넘도록 상쾌한 아침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뭐, 돌돌이가 나름 격하게 뽀뽀를 해줘서
울면서 일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그런 꿈을 꾸는 것은 꽤나 기분이 나쁘다.

하루를 보내면서 잊어버리긴 하는데, 잠을 자면 또 같은 악몽이 시작된다.





" 으아악 !!!!!! "

처음엔 비명을 지르며 깼고, 가족들이 모두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어버버하며 설명하지도 못했고 그저 울기만 했다.
괴물이나 귀신을 믿는 것도 아니고, 겁이 많은 편도 아니며
오히려 공포 매체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꿈은 처음 꿨을 때, 엄청난 생동감 때문에
정말로 내가 먹혀서, 죽는 줄 알았다.


어느 때처럼, 학교에 갔다가, 학원을 가고 집으로 돌아오고.
일상은 똑같이 반복되었지만, 잠자리에 누우면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곤함과 함께 꿈이라고 인식되는 공간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마치 누군가, 수면제라도 탄 물을 먹인 것 마냥
제 의지와는 상관 없이, 예정된 장소를 향하는 것 마냥 꿈 속으로 들어간다.
잠에 들면 꿈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 원래 있던 ' 꿈 ' 이라는 곳으로 내가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도 그 꿈이다.
여전히 무언가의 형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를 잘근잘근 씹는 그 느낌.
내 몸이 조각조각 부서져 나가는 느낌은 생생한 채로 아침을 맞이한다.
그래도 오늘은 반격이랍시고, 나름 싸움을 걸어보기도 했는데...
역시 상대가 되지 않는 크기인 것 같다.


12일 째다.
이 정도로 같은 꿈을 꾸었다면, 이제 슬슬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은 친구들과 카페를 가는 날이었지, 
여름 날씨에는 제일 좋아하는 긴 머리칼도 방해되기 때문에, 오늘은 묶은 채로 학교에 갔다.

아, ... 중간에 깨서 그런걸까, 졸려서...

잠깐 졸은 걸까,

눈 앞에는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있었다.




" 흐아악!! "

반 아이들이 모두 집중할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며 깼다.
조금의 정적 이후, 여러 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 잠시, 양호실에 갔다오겠습니다.. "

몸 상태가 안 좋은 걸까, 조금만 쉬기로 하고 양호실에 들렸다.
오늘은 카페를 가는 날인데, 내일은 ... 뭐가 있더라?
내일은, .... 복싱부 활동이 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자도 꿈을 꾸겠어? 하는 마음에, 눈을 감았다.

잠은 충분히 잤지만, 뇌가 쉬지 못 했던 걸까.
피곤함과 무기력함이 몸을 감쌌고, 잠시 쉬기 위해 눈을 붙인 순간..



꿈은 벗어날 수 없었지만, 평소보다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눈이 아프도록 새하얀 곳에서 꿈을 꾸던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카만 곳에 서 있다.

칠컥, 칠컥,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무슨 소리지?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단 하나였다.

그것, 그것이 오고 있다.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도망쳐야 해,

양호실에서마저 악몽을 꾸고 싶진 않았지만...
또 먹히는 신세가 되어 일어나고 싶진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 길을 빠르게 달렸다.
내가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검은 공간을 달려나갔다.
바닥이라고 여길 수 있을 만한 공간에서 울리는 진동, 찰팍이는 소리.
그것은 나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저 녀석은 내버려 두면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올 것이다.
난 그럼 또 다시 먹히게 되겠지.

돌아섰다, 그리고 자세를 잡았다.
심호흡을 했다.
달려오는 무언가에게 손을 뻗자, 물을 만지는 듯 한 감촉이 주먹으로 들어왔다.
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 손을 더 뻗자 딱딱한 부분이 만져졌다.
딱딱한 부분을 두 손으로 잡은 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찰랑, 하는 물소리와 함께 발에는 끈적한 물 같은 감촉이 이리저리 흘러다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유난히 그 물 같은 것만이 빛나 보였다.
바닥에 흩어져, 점점 사라져 가는 것.

해냈다,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어.

그 순간, 어딘가에서 소리가 울렸다.

" 고마워, 이제 난 나로 살 수 있어. "



잠에서 깼다.
드디어, 몸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지 않은 채로 잠에서 깨는 것을 성공했다.
기쁜 마음에, 그리고 생생한 느낌에 역시나 눈물이 흘렀다.
양호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다가온 누군가에게 눈길이 갔다.

" 안녕, 너 덕분에 그 아이를 물리칠 수 있었어. 난 이제 나 혼자 이 몸을 지배할 수 있어. 카페도 내가, 복싱부도 나만이 할 수 있어! "

무슨 소리지?
앞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로 시선을 집중하자,
내가 서 있었다.
나는 여기 있는데,
저 앞에 있는 것도 나다.
저 앞에 있는 나는 이상한 말 같은 것을 한다.

" 고마워. 그럼 잘 먹겠습니다. "

갑자기, 앞에 있는 나의 모습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물이 되기 시작했다.
뒷걸음을 쳐 보았지만, 양호실의 침대가 있는 곳은 방의 구석. 출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앞에 있는 나는, 아니.
나의 모습을 했었던, 그것은 점점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곤, 입을 벌려 나를 집어삼켰다.

우드득, 딱딱한 것이 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게 한다.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어간다.
내가, 부서져간다.

나는, 마지막 주마등이 스쳐가는 순간에 느꼈다.
이건 꿈이 아니야.



나는, 사라진다.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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